제자 칼럼

이삭과 에서 – 영적 분별력이 중요합니다.

본문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유순한 사람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100세나 된 부족장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당시 엄격한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얼마나 조심스럽게 자라났을지 상상해 볼만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삭은 모리아산까지 삼일을 걸어 여행 한 후, 자신을 제물로 바치려는 늙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거나 대항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형편에서든지 순종적인 사람인 것처럼 보입니다. 성경에 이삭에 대한 이야기는 아브라함이나 야곱에 비해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삭이 장가 든 이야기, 오랜 기다림 끝에 에서와 야곱이라는 쌍둥이를 출산한 이야기, 리브가의 미모와, 또 우물 때문에 주변 이방인들과 갈등을 겪은 이야기 등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 이삭의 노년에 있었던 일이 인상적입니다. 이삭의 노년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눈이 어두워 잘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창 27:1).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되자 이삭은 자신이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했지만(창 27:2), 백팔십세나 될 때까지 살았습니다(창35:29). 그 많은 날을 스스로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하며 무기력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삭이 착하고 순한 성품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적인 분별력은 충분치 못했던 것 같습니다. 눈이 어두웠다는 말도 그런 면을 암시하지만, 이삭이 에서를 좋아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창25:27-28).이삭이 에서를 좋아했던 이유를 성경은 그가 에서가 사냥한 고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창 25:28). 이삭이나 에서 두 사람 모두 음식에 걸려 있다는 점에서 부자(父子)지간이 닮았습니다. 무엇보다 에서는 한 그릇 음식을 위해 장자의 명분을 팔아버린 망령된 사람이라고 성경이 평가하는데(히 12:6), 이삭이 그런 에서를 좋아했다는 것입니다.  또 성경은 에서가 익숙한 사냥꾼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사냥을 잘 할 정도로 능력 있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 약탈과 싸움이 벌어질지 모르는 유목문화 속에서 엘리트 대접을 받던 사람입니다. 당대의 엘리트, 에서는 가나안 문화 속에서 장가도 빨리 가고 아내도 원하는 대로 여러 명을 거느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로 치자면 이삭의 아들, 에서는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장 잡아서, 어디서나 떵떵거리고 잘난 체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소위 능력 있는 사람, 성공한 사람입니다. 이삭이 그런 에서를 좋아했다는 것입니다.
에서는 당대의 엘리트였는지는 몰라도, 하나님을 경외할 줄은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믿음과 언약의 대를 이어갈 장자의 명분을 한 그릇 음식만 못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삭이 그처럼 하나님을 경외할 줄 모르는 에서를 더 좋아했습니다. 당시 문화에서 자랑스러운 아들이었기 때문이요 자기 마음에 드는 일을 하는 – 사냥한 고기를 제공해 주는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믿음의 소중함,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보다 세상의 자랑거리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적 분별력이 모자란 것입니다. 정말 소중하고 정말 귀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보다, 십자가보다, 믿음보다, 영생에 대한 소망보다 더 귀한 것이 없는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자녀들의 삶에서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보다 더 귀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하겠습니다. 세상의 어떤 자랑거리보다 하나님을 경외할 줄 아는 믿음이 더 소중하다고 말해야 하겠습니다.                                          (박용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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