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잘 다녀왔습니다.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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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초부터 거의 100일에 걸친 긴 여정이었지만, 우리 성도들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의 선하신 도우심을 힘입어 여행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출국해서 처음에 이스라엘로 갔습니다. 본래 아무도 도와주지 못할 상황에서 차를 렌트하고 어딘지도 모를 숙소를 찾아가야 할 형편이었는데, 출국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어느 선교사님을 만나 아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숙소와 차량을 빌리고, 또 공항까지 나와서 저를 도와주실 분을 소개 받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이스라엘 초기 정착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7주를 지내는 동안 성경에 기록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지역을 다 찾아가 보고 싶었지만 욕심만큼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스라엘이 비록 작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구석구석 찾아다니려니 시간이 꽤 걸리고, 생각지 못한 장애물들이 있어서 찾기 어려운 곳, 찾아가도 접근하기 어려운 곳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북쪽 헐몬산에서부터, 가장 남쪽 에일랏(에시온게벨)까지 큰 줄기는 훑어보았고, 부득이한 경우 근처까지 찾아가서 지형과 분위기를 살펴보기라도 했습니다. 이번 여행이 앞으로 성경 읽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8월 29일 조지아로 가서 현지 선교사님 가정에서 지냈습니다. 십 수 년 일했던 사역지에서 비자발적으로 철수해서 일종의 사역 재배치된 가정이었는데, 현지 정착의 어려움, 선교지에서 명절을 지내는 모습 등 보통 단기선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선교지 생활을 가까지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정교회의 독특한 분위기도 볼 수 있었고 조지아에 붙어 있는 아르메니아에서 눈 덮인 아라랏산을 바라보는 호사도 누렸습니다.
여행 후반 5주간은 독일에서 구동완선교사님과 같이 지냈습니다. 차분하면서도 절제된 선교사님 덕분에 아주 잘 짜인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의 종교개혁 유적과 칼빈이 사역했던 스위스 제네바,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종교개혁 선구자였던 얀 후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체코 프라하, 무엇보다 모라비아 공동체의 선교/기도운동의 요람이었던 헤른후트를 방문했습니다. 구선교사님이 선교지에서 철수한 후 2년 동안 교제했던 영국 크랜돈침례교회를 방문해서 구선교사님의 몇몇 친구들을 만나보기도 했습니다. 유럽교회들이 죽어간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고, 또 실제로 교회 기능을 하지 못하는 예배당 건물들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이나 영국에는 여전히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대단히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교회가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여행을 마치면서 제 마음에 깊이 새겨진 생각이 있습니다. 성경 역사가 펼쳐졌던 이스라엘이나 500년 전 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웠던 독일/스위스의 종교개혁지나 어디든 성령의 역사는 과거 이야기, 추억하고 기념할 이야기로 변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문을 여닫으며 관리하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거룩한 은혜는 훼손되거나 더럽혀지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단순히 과거 추억을 뛰어넘어 오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계시고, 우리 안에 일하고 계시니,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면서 회한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믿음으로 반응하며 살아갈 때 새로운 은혜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 우리가 우리 시대 거룩한 믿음으로 새로운 부흥,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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