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오직 은혜만 의지해야 합니다.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예수님은 큰 은혜와 사랑으로 영혼을 돌보시고 연약한 사람을 품으셨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예수님을 좋아하거나 예수님을 믿고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거절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심지어 예수님을 죽이고 싶어 할 정도로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주옥같은 말씀을 들었고, 또 예수님이 진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수많은 능력, 표적 등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예수님을 그토록 거절하고, 결국 예수님을 죽이는 일에까지 앞장서게 되었을까요?
종교가 타락하면 가장 무서운 악마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단과 사이비종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설령 바른 교리를 주장하는 신앙이라 할지라도 쉽게 타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천년 전 예수님과 복음을 대항했던 바리새인들의 종교적 율법주의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부패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종교적 율법주의에 사로잡힌 바리새인들은 자신이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모세의 제자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하나님의 말씀을 잘 알고 율법을 잘 지키고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스스로 할례를 받았다, 안식일을 지킨다, 정기적으로 금식을 한다, 부정한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부정한 음식을 먹지 않는다. 등등 여러 가지 종교적 기준을 지키면서 자신이 하나님을 잘 섬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은 율법을 잘 지키고 있다고 주장할 때, 그들은 율법을 통해서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의 율법은 하나님 앞에서 그들을 겸손하고 겸비하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그들은 자기 행위에 기초해서 자신들이야말로 하나님나라의 주인공이라고 큰소리를 쳤던 것입니다. 은혜를 의지할 줄 모른 채, 스스로를 정당화하는데 익숙했던 그들은 결국 교만해졌습니다. 자존심/체면을 내세우면서 대접 받고 높임 받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종교적인 율법주의자가 되기 쉽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종교적 율법주의란 신앙생활을 몇 가지 종교적인 규칙을 지키는 것으로 축소시키는 것입니다. 규칙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무엇이든 자신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주일예배만큼은 빠지지 않는다. 십일조는 못할망정 선교헌금이나 구제헌금은 반드시 한다는 등,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내세우는 것입니다. 요컨대 마음과 힘과 뜻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이 정도는 하고 있으니 하나님이 자신을 인정해주시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이처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하나님 나라는 은혜를 의지해서 들어가는 것이지, 우리 행한 바에 따라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했느냐는 것보다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하셨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설령 남들보다 나은 일을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할지라도 오직 예수님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에게는 “네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선포하십니다. 은혜만 의지하는 심령의 가난함을 잃어버린 채 자신이 행한 바를 토대로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자기 권리를 주장한다면 그런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겠습니까? 오직 은혜가 우리를 살게 하는 줄 알아야 합니다. 오직 은혜만 의지할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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