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연약함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세상은 강함을 숭배하는 곳입니다. 더 큰 힘, 더 많은 능력을 갖추고 싶어 합니다. 설령 큰 세력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그 자체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더 큰 힘이냐는 데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풍토가 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높아지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습니다. 강함을 숭배하는 세상은 연약함을 부끄럽게 여깁니다. 점점 더 경쟁적이 되고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해 갑니다.  힘이 없는 사람들도 힘 있는 사람 흉내를 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경쟁적인 세상에서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난폭할 때가 많은데, 약한 사람들이 강한 사람 흉내를 내면서 닮아가다 보니 세상이  점점 더 강퍅한 분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 의외로 거칠게 말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결과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세상은  힘 있는 사람일수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과시하려 하고, 남을 이용해서라도, 자기 이익을 구하려 합니다. 그러다보니 억울한 사람이 생기고, 고통 중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강함을 숭배하는 세상에서는 연약함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가능한 자기 허물을 드러내지 않으려 합니다(요일1:8-10). 세상에서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잘못했다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 무슨 일에서든지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사소한 실수나 오해도 없이 살 수 있겠습니까? 강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기 잘못 인정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하기 때문에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용서를 빌 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런 분들은 은혜를 누리기 어렵습니다. 영혼이 메마르고 심령이 점점 완악해져 갈 것입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연약해도 괜찮습니다. 이번 주간 성탄절을 지냈습니다. 세상에 큰 승리를 가져다주실 하나님의 아들이 왜 아기처럼 연약한 모습으로 오셨을까요? 연약해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기 예수님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남의 신세를 져야 했을 것입니다. 사람의 몸을 입은 예수님은 피곤해서 지치기도 하시고, 마음 상할 일도 많이 경험하셨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등 보통 사람이 경험하는 모든 고통과 아픔을 다 당하셨습니다. 그러나 연약함을 짊어지신 인간 예수님이야말로 참되신 하나님의 아들로서 우리를 위해 대속의 사역을 담당하신 영원한 제사장이 되셨습니다(히2:14 –18).  예수님이 짊어지신 그 연약함, 예수님이 당하신 그 고통이 우리에게 은혜가 되고 복이 되었습니다(사53:5-6).
한 때 연약함을 짊어지셨던 예수를 믿는 우리는 연약함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연약할수록 주님이 우리를 더 주목하고 품어 주시는 줄을 깨달아야 합니다. 설령 그 연약함이 우리 죄와 허물 때문에 당하는 고통이라 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우리 죄를 짊어지신 예수님, 우리 죄를 씻어주시고 허물을 덮어 주시는 예수님 때문에 우리가 은혜를 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함을 숭배하는 세상은 마치 전쟁터와 같아서 사람을 고통의 수렁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고통당하는 연약한 인생을 하나님이 붙드시고 건져 주십니다.  연약함으로 신음하며 주님의 이름을 부를 때 하나님이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연약해도, 실패했어도 괜찮습니다. 예수님 앞에 나오면 됩니다. 예수님을 의지하면 됩니다. 십자가가 세상을 이깁니다. 연약한 믿음이 세상의 화려함과 강함보다 더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연약할지라도 예수님만 믿고 의지하면 생명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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