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무엇을 위해 사십니까?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솔로몬은 유명한 사람입니다. 솔로몬의 지혜와 솔로몬이 누렸던 부귀영화는 전무후무한 것입니다. 경제규모를 기준으로 따지자면 세상 어느 누구도 솔로몬처럼 화려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솔로몬의 지혜, 그의 화려하고 부강한 삶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성경이 솔로몬을 우리가 본받을만한 인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솔로몬은 엄청난 지혜를 받았지만 그 지혜를 경건한 삶을 살기 위해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기도응답도 많이 받았지만 기도한 대로 살지는 않았습니다. 기도에 응답하시고 복을 주신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시게 한 일이 많았습니다. 성전을 건축하기는 했지만 예루살렘 앞산에 여러 이방민족의 신들을 섬기기 위한 신전도 건축했습니다. 화려하고 부강한 삶을 살았지만 백성들을 압제하고 착취하는 왕이었습니다. 그래서 솔로몬이 죽고 난 후 즉시 백성들이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에게 몰려와서 <왕의 아버지가 우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왕은 이제 왕의 아버지가 우리에게 시킨 고역과 메운 무거운 멍에를 가볍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왕상 12:4).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의 믿음과 헌신의 덕을 많이 보았지만 솔로몬의 아들은 솔로몬 덕을 본 것이 없고 도리어 솔로몬이 뿌린 재난의 씨앗 때문에 나라를 빼앗기는 꼴을 당했습니다.
솔로몬처럼 많은 은혜와 복을 누린 사람이 솔로몬처럼 하나님을 배반하고 떠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우리도 솔로몬처럼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솔로몬의 생애 속에서 솔로몬의 변질을 보여 주는 극명한 사례가 있는데, 솔로몬 이야기의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 나옵니다. 하나님께 지혜를 주십사 기도했던 솔로몬이 하나님께로부터 엄청난 지혜를 받았습니다. 솔로몬이 하나님의 지혜를 받은 왕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건이 유명한 창녀재판 이야기입니다. 두 창녀가 한 아이를 데려 와서 진짜 엄마를 찾아 달라고 했을 때 솔로몬이 모성애를 이용해서 억울한 창녀의 원통함을 풀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창녀라면 어떤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는 사람인데, 솔로몬이 그처럼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연약한 사람의 마음을 만져 주고 그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지혜였습니다.
그런데 인생절정, 인생의 막바지에서 솔로몬은 스바여왕의 방문을 받았습니다. 스바여왕의 방문은 특별한 사건처럼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한 사건입니다. 스바여왕은 그저 솔로몬의 지혜와 화려한 삶을 구경하러 온 호기심 많은 여인이었을 뿐입니다. 한 때 창녀처럼 가난하고 연약한 사람을 위해 사용되었던 솔로몬의 지혜가 이제 호기심 많은 여인과 놀아주는 데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스바여왕 이야기가 보여 주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지혜, 하나님이 주신 능력과 재물과 재능, 건강, 시간 등이 모두 사명인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마지막 날 하나님은 우리가 얼마나 화려한 삶을 살았는가? 질문하지 않으시고,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실 것입니다. 솔로몬의 화려함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연약한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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