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더불어 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하나님 앞을 떠난 가인이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성을 쌓은 것입니다(창4:17). 성을 쌓는 가인은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고 있습니다(창 4:12). 동시에 하나님의 보호에 대한 약속을(창 4:15) 신뢰하며 살기 보다는, 스스로 자기 안전을 도모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인이 쌓은 성을 엄청난 규모라고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을지라도, 거주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성은 기본적으로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성을 쌓은 행동은 보다 구체적으로 자신과 외부인을 구별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다른 사람들을, 주변 사람들을 잠재적인 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신과 외부인을 구별하면서 스스로 자기 안전을 도모하려는 모습을, 하나님을 떠난 가인이 보여 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본래 하나님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실 때, 남자와 여자로 지으셨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단순히 성(性)적인 구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이 말하는 남성과 여성은 돕는 배필입니다. 사람은, 모든 보편적인 인간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면서 서로를 온전하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없이 무슨 일이든지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수 믿는 사람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사람이 혼자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 보시기에 좋지 않은 일입니다(창2:18). 우리나라는 배달 시스템이 너무 발전해서 무엇이든지 배달해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얽힐 필요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웬만한 식당에는 혼자 밥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습니다.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얼마 전 어떤 글을 읽었더니 일본의 한 건축가가 설계한 주택단지가 우리나라에 있는데, 마당을 중심으로 이웃과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10여 년 전 처음에는 밀실형태 아파트 문화와 너무 달라서 미분양 되었다고 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동네 사람들이 설계한 사람을 불러서 감사 파티를 열 정도로 생활여건이 좋다고 합니다. 핵심은 집 구조 자체를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둔 것입니다. 사람이 집을 짓지만 결국 그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생활 여건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삶의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 건축가는 현대인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더 바람직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사실 성경적 세계관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 형상으로서 인간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 믿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혼자 하는 것 좋아하지 말고, 독립적인 생활 추구하지 말고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 의지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지 혼자 잘하는 것, 혼자 밖에 할 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 줄 깨달아야 합니다. 자신과 남을 지나치게 구별하는 일, 우리와 그들을 지나치게 구별하는 일이 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온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아담의 후손이요, 따지고 보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이웃입니다. 더불어, 함께 사랑 가운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힘껏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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