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박용태목사님)

본문

제도적 장치가 중요합니다.
박용태목사
하나님이 주신 율법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일종의 제도적 장치였습니다. 우리 눈으로 볼 때는 단순히 짐승 잡아 드리는 제사처럼 보이는 구약의 예배도 사실 잘 따져 보면 자기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는 종교행위를 하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정의로운 삶을 살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였습니다. 번제, 소제, 화목제, 속죄제, 속건제 등을 하나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잘 드리다 보면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나눔과 섬김에 익숙한 사람, 사회정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사회적 책임감이 없거나 나눔과 섬김에 인색한 사람, 탐욕에 매인 사람들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예배를 드릴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하나님은 율법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이스라엘 사회를 정의로운 공동체로 만들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빚을 탕감해 주는 안식년이나 땅의 매매를 금지하면서 하나님이 주신 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희년법 등도 이스라엘 사회의 빈부격차를 줄이면서 상호부조의 정신을 가지고 함께 어우러져 살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장기려장로님이 한국전쟁 와중에 1951년부터 부산 영도에서 천막병원을 세우고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워낙 가난한 사람이 많았던 터에 무료진료를 했습니다. 병원입구에 모금함을 만들어 두고 돈이 있는 사람들은 내고 가도록 했습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병원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적으로 무료 진료하는 것으로는 어려운 사람들을 충분히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968년 “건강할 때는 이웃을 돕고 병들었을 때는 도움을 받자”는 모토를 내걸고 <한국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시작했습니다. 청십자의료보험은 나중에  전국민 의료보험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개인적 자선행위를 뛰어 넘어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나니 더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직하게 살고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사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올바른 삶을 사는 것을 단순히 개인의 결단과 헌신에만 맡겨 두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입니다. 도덕적으로 정의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쁜 제도를 만들면 정의로운 삶을 살려고 애쓰는 사람조차 불필요한 유혹과 고충을 겪게 됩니다.
한 때 우리나라에 “접대비 실명제”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기업이 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에는 접대 금액, 장소 등 세부 내용을 기록해서 보관하도록 한 것입니다. MB정부가 들어서면서 영세상공인들의 애로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2009년 2월, 이 제도를 폐지해 버렸습니다. 결국 비정상적이고 부도덕한 향락성 접대문화가 크게 늘어나서 우리 사회가 더 부패해져 버렸습니다.
구약성경 미가서 4장 3절에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에 대한 소망이 있습니다. 탐욕에 매인 사람들이 남보다 더 날카로운 칼이나 더 긴 창을 가지고 다툴 때 우리는 그것을 경쟁력이라는 말로 포장합니다. 오늘날 무한 경쟁하는 사회에서 어떡해서든 앞서가려고 하고 남보다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움켜쥐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결과 점점 불안하고 두려운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탐욕을 절제하고 치열한 경쟁의식을 완화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려하고 섬길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사회제도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2월 26일(화) CBS전북방송 크리스천칼럼 방송원고)
 * 박용태목사의 CBS 전북방송 크리스천칼럼 매주 화요일 15: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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