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하루하루 다가가는 새 하늘과 새 땅(이구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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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다가가는 새 하늘과 새 땅(이사야 65:17~25)
- 이 구 집사

본디 원기왕성하지 못한 체질과 체형에, 운동이라고는 3층 집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밖에 없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분명 대단치 않은 몸의 이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름시름 무기력에 빠지는 날이 있다. 보통 환절기면 나타나는 그런 증상이 얼마전 여름의 초입에도 찾아왔다. 그런 이상을 느끼게 되면 겁 많은 나는 몇가지 약을 먹기도 하고 매장 문을 닫고 쉬기도 하며 몸을 움츠리게 된다. 하지만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그 기간이 길어 꽤 힘이 들었고 실제로 일상생활과 매장 운영에도 적잖은 지장을 받았다.
그런데 겨우 원기를 회복해 여름을 맞나 했더니 며칠전 다시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아픈 것도 아니고 아플 것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약을 먹고 몸을 사리게 되었다. 그런 유난함 때문이었는지 다행히 다음날 아침 여전한 몸 상태에 만족하며 안심하게 되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준비하고 살피고 몸을 단련시키는 것이 건강한 생활의 첫걸음일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지식에도 불구하고 정작 몸의 이상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또는 무시해서 막상 치유가 힘든 단계로까지 접어들게 된 경우 혹은 이상을 발견해서 치료하게 된 경우들이 주변에 많다. 하지만 훗날의 질병이나 몸의 이상에 대비하며 생활하는 것보다는 당장의 감기와 몸살에 민감한 것이 흔한 우리의 습관인 것 같다. 나 역시 며칠 전의 호들갑보다는 운동이나 부지런한 생활 습관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알기만하고 있지 않은가.
이사야 65장에 기록된 새 하늘과 새 땅에 관한 예언은 길고 장대하게 기록된 이사야서의 대미를 장식해가는 약속이다. 죄로 얼룩진 인간의 삶에서 고난 가운데에도 주님의 말씀을 붙잡고 순종하기 위해 몸부림친 자녀들에게 보여주시는 황홀한 정경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우리의 죄의 가려져 있던 하나님의 의와 주권과 통치가 완전하게 실현되어진 정경의 묘사를 읽으면 절로 가슴은 부풀고 우리의 입술은 할렐루야를 외치게 된다.
하지만 약속의 실현은 눈앞에 손으로 만지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 정경은 육신의 안목 가운데 다시 희미해져 가고 부푼 가슴과 입술의 찬양도 어느덧 어색한 표현이 되고 만다. 소소한 일상의 나태함과 경건치 못한 습관이 우리를 주저앉게 하고 장대하고 황홀한 약속을 잊게 하고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매일의 건강함과 형통함에는 민감하지만, 장래의 영광에 참예할 수 있는 고난의 극복과 순종에는 무딘 것이 우리의, 나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위중한 병에서 치유되어 다시 맞게 되는 일상은 얼마나 값지고 감사할까 짐작해 본다. 동일하게 주어지는 시간도 누구에게는 삶의 힘든 질곡의 한자락 밖엔 안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소중하고 기쁜 날이 된다. 물질의 풍요함이나 형통함이 그것을 좌우하는 것이 생각하는 사람의 하루는 그것을 얻기 위한 도전이 되고, 삶에 동행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장래의 약속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주님과 발걸음을 맞추고 있는가에 마음을 집중한다. 그런데 알고는 있는 이 사실이 언제쯤 몸에 익게 될 것인가. 그래도 오늘 하루는 참 소중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글을 쓰면서 창밖으로 보는 하늘과 화분에 비쳐지는 햇볕이 기분을 좋게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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