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존엄한 죽음의 토대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입니다(박용태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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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죽음의 토대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입니다.
박용태목사
최근 우리사회는 국가정보원 불법 선거개입 문제와 부정과 비리로 가득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등 모든 시민들이 주목하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일들이 연일 정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워낙 큰일들이 많은데다, 여론의 관심을 엉뚱한 데로 돌려보려는 의도로 연출된(?)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도 많이 있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지나칠까 염려가 됩니다. 
지난 31일 대통령 자문기구 -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연명의료의 환자결정권 제도화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이유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심의위원회가 제안한 권고안의 핵심은 회생할 가능성이 없고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환자 본인과 가족, 또는 병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는 것입니다.
권고안에 따르면 연명치료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우선적으로는 환자 자신의 의사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환자의 의사를 분명하게 알 수 없을 경우에는 가족이나 법적 대리인, 심지어 병원 안에 설치되어 있는 병원윤리위원회에서까지 판단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론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불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잘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잘 죽는 것입니다. 더욱이 예수 믿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삶에 대한 소망이 있기 때문에 죽음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언제 어떤 모양으로 죽음을 맞이하든, 자기 사명을 잘 감당하면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런 죽음은 하나님이 보실 때도 귀중한 죽음(시116:15)이 되는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연로하신 어른들이 돌아가실 때면 굳이 중환자실에서 생명유지장치를 달고 고생하실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더불어 찬송하면서 천국의 소망을 나누는 중에 자연스럽게 임종을 맞이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에 발표된 국가 심의위원회의 권고안은 우려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권고안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연명치료 중단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원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급속도로 악화되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한한다.”고 하는데 정말 회생가능성 없이 급속하게 악화되는 환자는 곧 사망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법제화 자체가 필요 없습니다.
굳이 이런 법이 필요한 이유는 연명치료를 해야 할 것인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애매한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기가 애매할 때는 최대한 생명을 유지하는데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가 심의위원회의 권고안은 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나치게 확장해버렸습니다. 권고안대로라면 가족 간의 갈등이나, 경제적인 이유, 심지어 병원 내부의 필요에 따라서까지 치료를 중단하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 권고안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용어를 중립적인 뉘앙스를 가진 ‘연명의료 결정’으로 수정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마치 지난 정부에서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4대강 살리기>라는 말로 포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쉽게 죽을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해서 존엄하게 죽는 것이 아닙니다. 존엄한 죽음은 생명을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고백하며 두려움과 경외감을 가지고 대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8월 6일(화) CBS전북방송 크리스천칼럼 방송원고)
 * 박용태목사의 CBS 전북방송 크리스천칼럼 매주 화요일 15: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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