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국가 개조가 아니라 정부개조가 필요합니다.(담임목사님)

본문

국가 개조가 아니라 정부개조가 필요합니다.
박용태목사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대통령이 ‘국가 개조’를 언급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슨 말씀을 하고자 하셨는지 이해는 되면서 뭔가 시원찮은 느낌이 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 개조가 아니라 정부개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등 국가 정체성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우리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가정체성은 아무런 문제가 없고, 바꿀 이유도 없습니다. 국민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국민의식이란 어느 누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신시대처럼 일사불란한 사상을 갖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행정, 사법, 입법부의 정부 구성원들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행정, 사법, 입법부의 담당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전하는 것입니다. 정부당국자 중에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할 마음이 없거나 그럴 능력 없는 사람이라면 물러나고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맡으면 되는 것입니다.
국가와 정부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구성하는 것은 국민들이지, 정부가 아닙니다. 정부는 국가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일정한 기간 동안 권한을 위임 받는 조직체에 불과합니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정부는 법과 원칙을 잘 지켜야 합니다.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있거나 당리당략에 매인 패거리들이 서로 내통하면서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짓을 하면 그런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교육정책을 통해서 어떤 사람이 바람직한 모델인지를 보여 주는 것은 정부의 역할입니다. 최근 법과 원칙을 무시한 채 종신집권을 꿈꾸면서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던 이승만 전대통령을 마치 훌륭한 사람인 것처럼 홍보하는 세력이 있는데, 해서는 안될 일을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건전한 상식이나 역사의식, 비판적인 분별력을 기를 틈도 없이 자신만의 성공을 향해 달려가도록 무한경쟁체제 속으로 몰아넣는 교육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정부가 범하고 있는 큰 실책입니다.
어느 사회나 착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악한 사람도 있게 마련입니다. 정부는 설령 악한 사람이라도 법과 원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법적인 수단을 정상적으로 활용해서 사회질서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지난 대통령선거 불법개입문제나 서울시 공무원간첩조작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국가 기관이 앞장서서 불법을 행하는 것은 정부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허무는 일입니다. 법과 원칙을 무시한 채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면서 자기 욕망이나 채우던 사람을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높은 자리에 앉게 해주는 것도 정부가 잘못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국민들이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을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도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인데, 사건 처리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서 정부가 무엇을 감추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과 입장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국가 개조가 아니라 정부개조가 필요합니다. (6월 3일(화) CBS전북방송 크리스천칼럼 방송원고)
 * 박용태목사의 CBS 전북방송 크리스천칼럼 매주 화요일 15: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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