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밑빠진 독에 물 붓기(박용태목사님)

본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박용태목사
연말이 되니 한 해 동안 했던 일을 결산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 단체들도 한 해를 결산하면서 좋은 성과를 낸 사람들에게 상을 줍니다. 한해를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일 년이 벌써 다 지나는 것을 보니, 우리 인생도 이처럼 하나님 앞에 서서 결산할 때가 곧 다가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서서 우리 인생을 결산할 것을 묵상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산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비용 대비 수익을 계산하게 됩니다. 투자한 것에 비해서 남는 것이 많아야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처럼 비용대비 수익, 투자 대비 성과를 따지는 상업적인 결산이라는 것은 대단히 비인격적이고 심지어 파괴적이기까지 한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결산은 반드시 그처럼 상업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 안에 경건한 삶의 열매를 맺어 내시기 위해 자신의 온 몸과 마음과 생명을 쏟아 부으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입장에서 보자면 투자 대비 성과가 보잘 것 없다고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생명과 피 값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투자했지만 우리가 맺어내는 열매라는 것이 영 신통찮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기꺼이 자신의 삶을 내어 주십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예수님은 투자 대비 성과를 계산하시는 분이 아니라 사랑과 긍휼로 일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성도 중에 중증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중증장애인데다 언어장애, 발달장애, 지체장애 등을 복합적으로 다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장애인은 아무리 사랑으로 돌봐주어도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늘 먹이고 입히고 씻어주고 놀아줍니다.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합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런 섬김과 사랑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히틀러 치하의 나치 독일이 발달장애나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 수십 만 명을, 열등 유전자를 가졌다는 이유로 안락사 시킨 적이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투자하는 돈을 쓸데없는 사회적 낭비라는 식으로 홍보했습니다. 사람을 앞에 놓고 투자 대비 성과를 계산하는 것은 대단히 무서운 일입니다. 그것은 사람을 파괴하는 방법입니다. 사람은 사랑의 힘에 의해서 비로소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사랑이란, 쏟아 붓는 것이요 낭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사랑의 본질이 무엇입니까? 정말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쏟아 부어 주시는 긍휼과 은총이 아닙니까? 왜 십자가가 우리를 감동시킵니까? 그만한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없는 우리에게 온 우주보다 더 귀하신 예수님이 자기 생명을 쏟아 부어 주셨기 때문이 아닙니까? 우리를 사랑과 긍휼로 돌보시는 아버지 하나님은 투자 대비 성과를 계산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 삶에서 하나님이 찾으시는 열매가 무엇일까요? 주님은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 내었는가를 질문하시기보다는 얼마나 많이 쏟아 붓고 얼마나 많이 낭비했는지를 물어 보실 것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우리 주변에 있는 연약한 사람들에게 은혜와 사랑을 쏟아 부어 줄 수 있으면, 결국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고 칭찬해 주실 것입니다.
(12월 17일(화) CBS전북방송 크리스천칼럼 방송원고)
 * 박용태목사의 CBS 전북방송 크리스천칼럼 매주 화요일 15: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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