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믿음은 흔들리면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믿음이 굳세고 강해지면 마음에 아무런 불안도 근심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믿음 있는 사람의 마음에 아무런 근심이나 걱정이 없다면 왜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제자들에게 함께 깨어 기도할 것을 요청하실 때,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고 말씀하셨겠습니까? 십자가의 의미를 잘 아셨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자신을 통해 어떤 일을 이루려고 하시는지도 잘 아시고 더 나아가서 십자가 죽음 이후 부활에 대한 소망을 갖고 계셨던 예수님이 ‘마음의 고민’에 대하여 토로하셨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믿음 있다고 해서 언제나 마음이 바위처럼 견고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기도하는 시편 기자들 중에 마음의 연약함, 혼란과 상함을 토로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시61:2, 73:21, 102:4, 119:20 등) 연약한 마음을 끌어안고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는 그 분들을 누가 믿음 없는 사람이라 책망할 수 있겠습니까?
믿음이란 것이 실상 불안하고 두려운 현실 속에서 연약함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믿음만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믿음만으로 살기보다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만 의지하며 믿음으로 살려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입니다.
사무엘상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왕을 세워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무엘은 왕을 세우겠다는 것은 하나님의 왕되심을 거절하는 행위요 왕은 단지 백성들을 노예로 만들 뿐이라고 말했지만 듣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하나님보다는 왕의 다스림을 받기를 원했고, 왕이 자신들을 위해 싸워주기를 기대했습니다. 실상 하나님보다 더 크신 분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데 그들은 하나님의 보호를 받기보다 왕의 보호를 받고자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믿음의 문제였습니다. 왕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리킵니다. 요컨대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는 언제든지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힘과 능력, 왕과 군대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이스라엘이 원해서 세운 왕과 그 왕이 만든 군대는 이스라엘을 보호해 주지 못했습니다. 하나님 외에 이스라엘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분이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왕을 구하고자 갈망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지배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때, 하나님의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보호를 받으려면 언제나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하고 하나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기꺼이 연약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연약한 자리에서 불안한 마음을 끌어안고 하나님을 기다리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기다려야 하는 하나님보다 내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추려고 하는 것입니다. 힘과 능력을 손에 쥐고 있어야만 마음이 편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힘과 능력을 구하다가는 하나님께로부터 점점 멀어지기가 쉽습니다. 믿음이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하나님만 바라보는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있어도 하나님 바라보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5월 24일(화) CBS전북방송 5분메시지 방송원고) 
* 박용태목사의 CBS 전북방송 5분메시지 매주 화요일 21시 29분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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