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세월호에 대한 기도와 관심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박용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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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며칠 전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시행령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본래 올해 초부터 활동하게 되어 있는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직제 및 예산 편성안에 대해 계속 제동을 걸다가, 그나마 특별조사위원회가 만들어서 제출한 시행령안을 무시한 채, 납득할 수 없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4월6일에 입법예고 기간을 마감하고 4월14일 국무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고 합니다. 입법예고 기간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지만 정부의 시행령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고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제출한 시행령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특별조사위원들의 업무를 기획하고 조정하는 권한을 정부가 파견한 공무원들이 담당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기왕에 만들어졌던 ‘세월호 특별법’에서도 유가족이 원하던 수사권과 기소권은 없고, 자료제출 요구권, 동행명령권이 주어졌을 따름입니다. 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도 길지 않은데다, 여당 몫 상임위원이 조사위원회의 손발 노릇을 해야 할 조직과 예산 운영권을 장악하게 되어 있는 바람에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염려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금번 정부의 시행령에서는 세월호특별법이 정한 사무처 직원의 정원도 1/4을 더 줄여서 90명으로 못 박은 데다, 사무처 담당자의 직급도 낮추고, 무엇보다 직원들을 구성할 때 민간인보다 공무원을 더 많이 선임하도록 만들어서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사실상 정부가 장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정부의 하부 조직처럼 만들어서, 실상 특별조사위원회의 업무와 기능을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시행령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과 시민단체들 역시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세월호 선체를 인양할 것을 촉구하면서 다시 농성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청와대를 항의방문하기 위해 도보행진을 하다가 가로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놓고 정부가 보여주는 태도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작은 사고라 할지라도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든 국민들이 보는 눈앞에서 바다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왜 그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사고당시 승객들을 구출할 책임이 있는 선원들을 제일먼저 구조한 해경이 스스로 배에서 빠져 나온 사람 외 배에 남아 있던 다른 승객들은 왜 전혀 구출하지 않았는지, 도대체 2014년 4월 16일 아침 진도 앞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당연히 밝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한 해가 다 지나도록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진상을 규명하자고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청을 나 몰라라 외면하면서, 스스로 내 뱉은 약속조차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뒤집어 버리고 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세월호의 진실은 밝혀져야 합니다.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사회를 신뢰 가능한 안전사회로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세월호에 대한 관심과 우리 사회를 위한 기도를 다시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3월 31일(화) CBS전북방송 크리스천칼럼 방송원고) 
* 박용태목사의 CBS 전북방송 크리스천칼럼 매주 화요일 15: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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