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왼 손 (임해선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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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되돌아보면 육체의 질병으로 좀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며 공동체의 소중함을, 어느 누구도 귀하지 않은 지체가 없음을 참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이 나라의 부조리함으로 국민 모두가 눈물 흘렸던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즈음에 내 오른쪽 어깨도 점점 심한 통증으로 힘들어 하고 있었다. 일상생활에 제약이 오고 점점 심해지는 고통으로 힘들 때 드는 생각이 그동안 오른손을 너무 혹사 시켰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면서 우습게도 왼손에 대한 구박이 시작 되었다. 이제부터는 의도적으로 왼손에게 일을 몰아주기로 했다. 그동안 편하게 지낸 지체로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오른 손 만큼 능숙하게 일을 잘하도록 훈련하기 위한 계획이 있었다. 일단 통증을 증가시키는 젓가락질 훈련 (절대 못함, 한 젓가락도 못 얻어먹음), 양치질(빗나가서 윗몸 피나게 함), 손 글씨(자기 이름도 못씀), 싸인(동일인 것으로 보기 힘듬), 칼질 (오른손이 아주 무서워 함), 단추 끼우기, 지퍼 올리기(2배 이상 늦음), 걸레질(어느새 오른 손에게 빼앗김), 컴퓨터 마우스 커서 작동 (원하는 곳을 도통 못 누룸) 정말 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 오른손에 비해 곱다는 것도 여간 얄미운게 아니었다. 좋다. 섬세한 일을 못하면 힘쓰는 걸 시켜보자!! 그러나 역시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긴 시간 그대로 유지하지 못하는데 억지로 시켰더니 인대 늘어나서 몇 주 고통만 증가 시켯다.
  급기야는 말씀까지 도용하면서 능숙하지 못함을 야유했다. “니가 이러니 오죽하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성경에도 써 있을까. 일이나 저지르고도움이 안돼!” 이렇게 몇 주 왼손을 단련시키려다가 답답해하고 불안해하는 오른손의 사정도 있고 해서 훈련을 포기 할 수밖에 없었고 별 수 없이 대신 포용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왼손이 본래 못했던 것은 아니고 해 볼 기회가 없고 경험이 없어서였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니 일 잘하는 오른손의 손톱을 예쁘게 깎아 주고, 때를 벗겨주고, 피나면 지혈시켜주고, 아프면 주물러주고 오른손이 절대 못하는 꼭 필요한 일을 감당하기도 한다. 또 주도적으로는 못하지만 조연으로 감당하는 일이 많은데 일상생활에서 모든 동작들이 왼손이 꼭 고정을 시켜줘야 오른손이 안전하고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리고 진짜 중요 한 것은 왼손이 없으면 의수라도 달려 있어야 오른손이 안정적으로 보이고 불편해 보이지 않을 형편이다.
  교회 공동체는 이처럼 한 몸의 지체와 같다. 일을 못하는 사람도, 음식도 먹기만 하는 사람도, 일을 저지르기만 하는 사람도, 말이 많은 사람도, 불평만 하는 사람도.. 모두 모두 있어야하고 왼손과 같은 사람도, 발뒷꿈치 때 같은 사람도, 눈 속에 티 같은 사람도, 그림자 같은 사람도 모두 소중하다. 다만 어떠한 일을 할 때에 최소한 모든 지체가 알도록 하고 동참하도록 권고하여 더디더라도 함께 할 필요성은 있다. 우리 제자 공동체가 2015년도를 향해 나아가면서 서로의 형편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꼴을 잘보고 오래참고 서로 사랑하기를 주님 오실 때까지 지속되기를 소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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