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기회라고 생각될 때, 하나님을 생각해야 합니다.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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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무엘상을 읽으면서 사울과 다윗 사이에 일어난 일을 묵상하고 있습니다. 골리앗을 죽인 후 영향력 있는 군대의 지휘관으로 성장하는 다윗을 사울이 시기하고 질투하는 바람에 다윗이 광야로 쫓겨나서 오랫동안 도망자처럼 살게 되었습니다. 쫓겨난 다윗 곁에는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삼상22:1-2). 다윗의 생애를 찬찬히 살펴보면 사울의 박해를 피해 광야를 전전했던 기간이 십 수 년은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고단하고 힘겨운 삶이었을 것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박해하는 사울과 쫓겨 다니는 다윗 사이에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다윗이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잡았던 일입니다. 사무엘상 24장을 보면 다윗이 사울을 피해 엔게디 광야에 숨어 있었을 때 누군가가 다윗의 소재를 사울에게 밀고했고, 사울이 군대를 거느리고 다윗을 잡으러 왔습니다. 작전을 펼치던 중 사울이 동굴 속에 뒤를 보러 들어 왔는데 공교롭게도 그 굴 안에는 다윗이 부하들과 함께 숨어 있었습니다. 다윗의 동료들은 당연히 하나님이 주신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하면서 사울을 죽이자고 말했지만 다윗은 사울을 죽이지 못하게 하고 사울의 겉옷 자락만 가만히 베어 냈습니다.
나중에 사울은 다윗이 자신을 죽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깊은 감동을 받아 <내 아들 다윗아. 나는 너를 학대하되 너는 나를 선대하니 너는 나보다 의롭도다. 삼상 24:17> 외쳤습니다.
그런 사울이 사무엘상 26장에 보면 다시 다윗을 잡으러 나왔습니다. 감동은 받았지만 다윗을 미워하는 생각과 삶은 달라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번에는 다윗이 군대를 동원하고 원형진지를 구축한 후에 잠자고 있는 사울의 머리맡에까지 다가갔습니다. 함께 갔던 아비새가 하나님이 주신 기회이니 사울을 죽이자고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다윗은 사울을 죽일 수 없다고 말하면서 땅에 꽂아 둔 창과 사울의 물병만 가지고 떠나 왔습니다.
자신을 박해하던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두 차례나 잡았지만 다윗이 사울을 죽일 수 없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사울은 하나님이 기름 부어 세우신 왕이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비록 억울하고 원통하지만 스스로 원수를 갚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이 주신 기회이니 죽이자고 주장하는 동료들 앞에서 하나님을 생각했던 것입니다.
얼핏 보면 참으로 절묘한 기회였기 때문에 사울을 죽여 자신의 원통함을 풀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명백하게 금하시는 일을 하면서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내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아주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윗은 마음만 먹으면 사울을 죽일 수 있었던 그 순간을 자신의 원통함을 풀어낼 기회로 삼은 것이 아니라 참으로 자신이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이요 하나님이 금하시는 일은, 설령 자신에게 이익이 되더라도 할 수 없다는 신앙고백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기회로 삼았던 것입니다.
인생에서 우리 한을 풀 수 있는 기회, 성공을 향해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하나님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 유혹이며, 무엇이 옳고 바람직한 길인지 제대로 분별하면서 하나님을 향한 신앙고백을 입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6월 14일(화) CBS전북방송 5분메시지 방송원고) 
* 박용태목사의 CBS 전북방송 5분메시지 매주 화요일 21시 29분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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